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창의융합콘서트] 엔지니어와 인문학의 만남

Education/교육

by kh2020 2016. 7. 28. 16:09

본문

[최재천 /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과학과 인문학

      

 사실 과학과 인문학의 기원은 같습니다. 공학은 How를 찾아내지만 과학은 Why를 묻습니다. 과학은 물음을 묻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인문학하고 굉장히 비슷하죠. 인문학이 묻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할 수 있는 질문을 체계적으로 찾아낸 것이 그저 과학일 뿐입니다.

      

      

통섭에 대한 고찰

      

 예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모터쇼가 열렸을 때의 일입니다. 독일 폭스바겐 회장님이 거기 진열되어 있던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i30에 올라타고 호통치는 것을 누가 몰래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더군요. 유럽의 경차 시장을 폭스바겐 골프가 잡고 있는데 현대자동차의 i30가 점점 잠식해오니 회장이 직접 나서서 보러 왔었습니다. 그리곤 폭스바겐 차는 이렇게 하면 소리가 나는데 현대자동차는 소리가 안 나질 않으냐, 폭스바겐 차는 와이퍼가 튀어나와 시야를 가리는데 현대자동차는 쏙 들어가서 시야가 좋지 않으냐 등을 시작으로 주머니에서 줄자를 꺼내들어 현대자동차 i30의 여러 군데를 줄자로 재면서 옆에 앉은 디자이너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죠.

      

 요즘 우리나라 차, 어떠세요? 모양도 예쁘고 경쟁사 회장님이 핏대를 낼 정도면 알아줄 정도 아닌가요? 참 뿌듯합니다. 여기서 제가 무슨 얘길 드리고 있는 것 같나요?

      

 “자동차를 한 번 잘 만들어 봐라.” 이런 숙제가 떨어지면 우리는 이제 제법 잘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반도체를 잘 만들어 봐라.” 우리 제법 잘 만듭니다. “배 잘 만들어 봐라.” 우리 제법 잘 만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건 숙제일 뿐입니다. 여전히 우리가 못하는 것은 출제입니다. 우리가 문제를 내고 세계가 따라오는 것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있나요?

      

      

 아이폰. 왜 밤에 줄 서서 첫날 사야 하나요? 사흘 뒤에 산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와서 했던 퍼포먼스 기억하십니까? 제품 설명회를 하면서 무대 한가운데서 이정표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 이정표는 Technology(기술)Liberal Arts(인문학)이 교차한 모습을 하고 있었죠. 자기가 만든 아이폰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아니 이게 웬 헛소리야? 아이폰이라는 것은 과학기술의 산물로 탄생한 기계 덩어리일 뿐인데 그 기계가 무엇이라고?”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폰을 만들어 놨더니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 그 기계에 들어가 앱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살고 있잖아요. 이것을 스티브 잡스는 생각해낸 것입니다. “내가 이 자그마한 기계를 만들면 그 안에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새로운 사회가 그 안에 구성된다.” 스티브 잡스는 전화기를 만든 게 아닙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절절하게 원하는 것인지를 알고 만들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 기억하시나요? ‘아바타’. 저 영화 만들 때 우리나라 컴퓨터 그래픽 전문 기술자들이 몇 명 있었다고 합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이렇게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대로 만들어줬다는 겁니다. 실제로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95% 이상을 대한민국이 다 그린답니다. 이런 것을 뭐 한다 말하죠? 하청받아서 일한다고 합니다. 우리 하청 일은 곧잘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구상해내지 못할까요?

      

 왜? 그리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중요하거든요. 과학기술만 가지고 덤빌 것이 아니라 전체 과정을 만들어 내야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 최재천 교수의 동영상은 런닝타임 약 45분입니다. 우리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도 정말 들을만한 내용입니다. 우리 앞에는 융합, 통섭의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