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Who am I] 빛은 한반도로부터

Education/교육

by kh2020 2016. 10. 4. 16:29

본문

세계 역사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 찾기!

      

 "우리의 역사를 이야기할 적에 한반도에서 일어난 것만을 이해했다면 우리의 역사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계 속에서, 동아시아 속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 되묻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오늘날의 한일 관계에 불편한 사항이 많이 있지만 결국 이웃에서 같이 가야할 동반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G2인 미국과 중국이 있고 유럽이 EU로 큰 덩치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그들과 함께 경쟁할 때 협력하는 것 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한일이 교류하던 지난 2300년 동안 트러블을 갖고 있었던 것은 불과 최근 100년입니다. 임진왜란 때 그들이 7년 동안 우리를 침략했다 물러가던 그것이 어쩌면 한일관계에서 어긋나있던 몇 시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입니다.

      

 우리가 역사적인 뿌리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소지가 있기 때문에 나는 누구인가? 우리가 누구인가?’우리 옆에 사는 일본인은 누구인가?’라고 하는 주제로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교육을 받아오는 동안에 일본역사를 제대로 배워본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일본을 존경하고 무서워하는데 오직 한국 사람만이 무시한다고...’, ‘일본이 고대국가 시절에 뭘 했고 문화가 어떠했는지 한국사람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다 우리가 해준 것이라고 한 마디 하고 그만이더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줬냐고 물어보면 대답하는 사람은 없지만 아무튼 그들에게 돌아가는 답은 다 우리가 해줬다는 답이더랍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일본서기, 고사기를 비롯해서 역사를 왜곡했습니다. 이 두 현상이 왜 일어났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가 있어서 역사를 왜곡했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가 있어서 일본을 무시한다고요. 양 국민들은 그 콤플렉스의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시각으로 갈 때에 두 나라의 친선적 관계, 우정의 관계는 키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의 역사책을 보면 좌파가 썼든 우파가 썼든 공통된 것이 기원전 만 4천년 전에서 기원전 3백년 까지를 조몬시대(신석기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대는 새끼줄 문양이 들어가 있는 조몬토기 그릇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조몬시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여러분이 들어 봤을 아이누족들입니다. ‘얼굴이 직사각형이고 수염이 새우수염처럼 삐죽하다해서 아이누족을 하이족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신석기 시대에 살면서 수렵채취를 하며 얻은 식량을 담는 그릇으로 조몬토기(승문토기)=새끼줄 문양 토기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토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신석기 시대의 중요한 특징 여섯 가지 중에 하나인데 한반도에서는 빗살무늬토기를 사용하고 있을 때 일본은 조몬토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전혀 뿌리를 같이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다 기원전 300년이 되었을 때 야오이 시대로 들어가면서 일본의 문화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쌀농사입니다. 밭벼가 아니라 수경 재배로 논농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때 일본 책에 쓰여 있는 내용으로는 한반도로부터 집단적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에 의해서 청동기 문화와 쌀농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 외적으로) 어떤 책은 한반도로부터라고 쓰지 않고 한반도를 거쳐서 들어왔다라고 표기합니다. 일본에서는 한반도로부터 받은 영향이라는 것을 쓰기 싫은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한반도를 경유해서 대륙문화가 들어왔다. 한반도를 경유해서 불교가 들어왔다.’ 전부 경유해서, 손을 거쳐서라는 표현을 씁니다. 심지어는 한반도로부터 일본으로 900명이 가는 중에 중국사람 한 사람, 페르시아 한 사람이 끼어있으면 한반도와 중국, 페르시아 사람이 도래했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쨌든 우리나라로부터 받았다는 영향을 되도록 약하게 쓰려고 했는데 명백한 사실은 일본 사회에 문명의 빛을 전해준 것은 한반도로부터 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빛은 한반도로부터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일본의 토기는 한반도의 토기와 비슷하지만 일본적으로 세련시켜갔습니다. 한편으로 청동기 문화의 한반도에서만 나오는 세형동검은 일본규슈에서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우리 한국역사를 쓰는 자세라면 ‘2300년 전에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서 집단적으로 일본으로 갔는가?’를 설명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을 때에 일본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 어떤 교과서에도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집단적으로 규슈로 가서 야요이 문화를 일으켰다라는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그 때 한반도에서는 연나라의 철기 문화와 부닥치면서 결국은 위만 조선이 기원전 180년경에 들어설 때 멸망하게 됩니다. 침략을 당해서 삶의 터전을 잃었던 고조선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그 당시 항해술로 어떻게 갔냐고 물어볼 사람들이 있겠지만 자연의 리듬(해류)를 이용하는 것은 고대인들이 우리들보다 열배, 백배 더 잘했어요. 해류를 탈 줄 알았던 거죠. 그래서 서서히 일본에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마을을 형성하더니 부락을 만들어 갑니다.

      

 대표적인 예가 요시노가리 유적입니다. 좋은 들판이라고 하는데요. 농사짓기 좋은 들판이라는 겁니다. 한반도에 있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서 가보니까 세상에~ 이렇게 쌀농사를 짓기 좋은 데는 처음 본 거에요. 우리나라 강수량이 일년에 1450mm 정도면 일본은 4200mm. 거기에 날이 따뜻해서 이모작도 가능한거에요. 열매인 쌀이 갖고 있는 중요한 가치는 저장이 된다는 건데요. 웬만한 시설을 갖고 있지 않아도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해 굶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쌀농사의 북방한계선에 있는데 그 쌀이 한반도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작았던 종자를 개량을 통해 밭벼에서 논벼로 바꾸기까지 몇백 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어느 순간 수경재배로 바로 들어가 버렸어요. 그리고 일본에 많은 인류학자들이 분석한 것에 의하면 당시 일본 열도에 아이누족인 조몬인들이 10만 명 정도만 살고 있었다 합니다. 그 사람의 숫자가 야오이 시대를 거치면서 50만 명으로 급증하게 됩니다. 그건 자연적인 인구증가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수치라고 합니다. 한반도로부터 건너가 야요이 토기를 사용한 사람들과 조몬인들의 혼혈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에 가서 오늘날 이루어진 일본인의 DNA70%가 한국인하고 똑같은 겁니다. 거기에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조몬인은 계속해서 밀려 간사이 지방에서 관동으로 지금은 홋카이도에 약 25천명 정도가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보호를 받으며 종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인의 뿌리입니다.

      

 일본 사람들을 보면 3가지 유형이 있는 거에요. 우리하고 똑같이 생긴 일본인, 또 하나는 한반도하고 일본 원주민하고 혼혈이 된 일본인, 조그맣고 얼굴이 네모난 원주민에 가까운 일본인. 어떤 역사적 기술에 의해서 역사적 왜곡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 속에서 야요이인과 조몬인의 반복적인 혼혈 속에서 일본인의 뿌리가 이루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유홍준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이다. 유홍준 교수는 우리 역사를 사랑하고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140점 이상의 소장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현대인들이 우리 문화와 역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며 TV프로그램 강의도 나서고 있다. 저서로는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화인열전등이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