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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씽] “지리에서 설악까지”...이동수 차장의 백두대간 산행일지

People/건화가족

by kh2020 2019. 8. 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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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원씽 "백두대간 종주(매월 1구간 이상)" 실천 스토리]

 

[대담] 경영관리본부 업무부 이동수 차장

       

 

       

전설적인 산악인 조지 말로리에게 기자가 물었다.

왜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십니까?”

말로리는 이렇게 답했다.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 (똑같은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 차장님은 왜 산에 다니십니까?

       

나이가 듦에 따라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고요, 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섬으로써 여러 집안일로 마음고생을 하신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자연을 좋아해서 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 자연을 좋아하신다니 고향이 시골이신가 봐요.

       

아녜요. 서울입니다.”

       

- 도시출신인데... 자연을 좋아하게 된 어떤 계기라도 있었나요?

       

우리 건화 덕분입니다. 2000년쯤인데요, 총무부(*현 경영관리본부) 직원들이 야유회를 가게 되었어요. 저보고 야유회를 기획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때만 해도 야유회라 하면 관광버스 타고 가서 이곳저곳 구경하고 저녁엔 술잔을 나누는 게 일반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새로운 시도로 동강 래프팅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 그때만 해도 동강 래프팅은 상당히 낯선 레포츠였을 텐데요.

       

총무부 직원 30여 명이 23일로 갔는데 다들 신나게 즐겼습니다. 래프팅은 모두 첫경험이었어요. 마침 래프팅 업체 대표가 예전부터 오지탐방을 전문으로 하시던 분이었어요. 그분과 얘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됐죠. 그분 안내로 근방의 동굴 탐방도 했고요.”

       

- 동굴이라면... 단양 고수동굴?

       

아니요. 일반인들은 모르고 동네사람만 아는 동굴이어서 우리에겐 색다른 경험이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돼지 한 마리 잡아서 바비큐도 해 먹고... 당시의 추억이 진하게 남아서인지 지금도 동료들과 그때 얘기를 하곤 합니다.”

       

- 멋진 기획을 하신 거네요.

       

우연찮게 맡은 야유회 기획이 제겐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이때 제가 바뀐 것 같아요.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싶었고,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던 거죠.”

       

- 며칠전 열린 원씽 중간발표회 때 이 차장님의 개인원씽이 인상적이어서 이렇게 인터뷰를 갖게 되었어요. 백두대간 종주등반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재작년 2월에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 원씽은 줄곧 백두대간 종주(매월 1구간 이상)’ 였습니다.”

       

원씽 중간발표회 때 발표한 이 차장의 개인원씽 자료

       

- 혼자 산행을 하시진 않았을 테고...

       

고등학교 동문 산악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산악회는 많은 선배님들이 열심히 이끌어 주셔서 활기찬 분위기에요. 저는 백두2에 속해 7~8명의 대원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무조건 한 달에 한 번은 백두대간에 오른다고 마음먹고 함께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 그래요? 그 동문 산악회는 원씽을 확실히 실천하는 팀이로군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닐텐데...(ㅎㅎ). 산행은 당일치기입니까? 아니면 12...?

       

대원 중에는 자영업자 분들도 계셔서 웬만하면 당일치기로 다녀옵니다. 보통은 새벽 4시에 성남시청 주차장(무료주차 가능)에서 만납니다. 함께 이동해서 현지에 도착하면 오전 7시쯤 되고 이때부터 산에 올라붙습니다.”

       

- 하루에 뛰는 구간은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한 구간이라 하면 보통 20km가 넘습니다. 도로와 인접한 지점을 출발점과 도착점으로 잡지요.”

       

- 하루에 산길 20km 이상을! 엄청난 거리를 주파하는 거네요. 궁금한 게 있어요. 그럼 출발점에 세워둔 자동차는 누가 도착점으로 몰고 오나요?

       

우리 산악대장... 이분이 산을 잘 타요. 도착점이 5km쯤 남았을 때 대장을 포함한 차량조(보통 2)가 먼저 치고 나갑니다. 하산해서 택시를 불러 자동차 있는 곳으로 가서 몰고 오지요. 대원들을 위해 희생하시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 2년 전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하셨는데 그 루트를 설명해 주시죠.

       

저의 종주등반의 출발점은 추풍령입니다. 이곳에서 쭉 북상하여 진부령(북쪽 종착점)까지 가는 걸 1차 루트로 잡았습니다. 이 북향 루트는 거의 다 했습니다. 추풍령-속리산-태백산-오대산을 거쳤고요, 이제 설악산으로 들어갈 참입니다. 남은 구간은, 저번에 건너 뛴 태백산 근방의 1구간과 이제 뛰게 될 한계령에서 진부령까지 2구간입니다.”

       

백두대간 종주는 추풍령에서 시작했다. 이 차장은 이곳에서 계속 북상하여 진부령에 이르는 1차 북향 루트(추풍령~진부령) 완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다음에 도전할 2차 남향 루트(추풍령~지리산)까지 완주하면, 이 차장은 대망의 백두대간 종주(지리산~진부령)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 옛날에 어느 분이 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다고 평했다고 하잖아요. 저도 설악산을 참 좋아합니다. 이번에 가신다니 부럽습니다.

       

이번주 주말에 갑니다. 12일 일정으로 한계령에서 미시령까지 뛸 예정입니다. 설악산 중청 밑에 있는 희운각 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공룡능선을 타려고 해요. 공룡능선은 돌이 많은 너덜지대인데다가 여름철이라 무지 더울 것이고 능선길이라서 물 조달이 어려워 좀 고된 산행이 될 것 같아요.”

       

- , 공룡능선이요? 예전에 등산객들이 별로 없을 시절에는 솜다리꽃(에델바이스)이 능선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 있었는데... 지금은 마구 남획을 하는 바람에 솜다리꽃도 희귀 야생화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자연을 사랑해야겠죠. 일부이겠지만 사람들이 너무 생각이 없어요. 하긴 일출 사진을 찍는데 구도에 방해가 된다고 나무를 베어버린 사람도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죠.”

      

- 공룡능선 타실 때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또 다른 암벽능선이 보일 겁니다. 이름그대로 용의 이빨처럼 생긴 용아장성이죠. 여긴 암벽등반가들만 올라갈 수 있는데, 이 차장님도 록클라이밍을 하시나요?

       

록클라이밍은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암벽지대를 통과한 경험은 몇 차례 있어요. 속리산 구간이 그랬습니다. 문장대를 향해 올라갈 때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가파른 바위지대를 통과해야 했거든요. 너무 위험해서 산행 금지구간으로 묶인 지역인데요,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문장대로 오르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간 이후에는 국립공원 관리인에게 걸릴 확률이 무지 높았거든요.”

    

괴산·보은 지역은 속리산 등 가파르고 험한 산들이 이어져 있는 곳이다. 제대로 된 암벽등반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속리산 문장대로 오르는 모험을 감행해야 했다.

       

- 재미있네요. 추풍령 북쪽으로는 딱 3구간만 남았다고 하셨는데, 이 구간을 끝내고 나면 추풍령 남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시겠네요? 언뜻 느낌으로는, 지도의 위쪽이 북쪽이라 그쪽으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게 더 쉽지 않겠냐 싶은데요.

       

실제로도 그렇다고 해요. 북진보다는 남진이 좀 편하다고 합니다. 오르막, 내리막 경사를 따져봤을 때 그렇다고 하더군요. 추풍령 북쪽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고요, 그 후엔 추풍령 남쪽의 백두대간을 등반할 계획인데 그중 지리산 종주(1구간)와 남덕유 구간 등 일부 구간은 이미 했습니다. 추풍령에서 지리산까지 내려가면 남한지역의 백두대간을 완주하게 됩니다. 남쪽의 지리산에서 북쪽의 진부령까지요.”

       

- 추풍령에서 지리산으로 내려갈 때 그 중간쯤에 덕유산이 있잖아요. 그곳에 뱀이 참 많다고 해요. 조심하십시오. 그동안 산행하시면서 제일 인상 깊게 남았던 곳이 어딘가요?

       

요즘 갔던 곳 중에서는 선자령을 꼽고 싶네요. 대관령 북쪽에 있는데요, 힘차게 뻗어나간 백두대간 주능선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요. 주변에 펼쳐진 대관령목장의 초원도 주변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고요. 확 트인 곳이라 제 가슴도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대관령 북쪽에 있는 선자령(해발 1,157m).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장엄하게 펼쳐진 연봉(連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피서를 위해, 겨울철에는 설경을 감상하러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 산행을 하면서 지도를 갖고 다니나요?

       

요즘에는 트랭글이라는 앱이 나와서 아주 편해졌습니다. GPS를 통해 내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고요, 출발지-도착지 정보도 지도 위에 표시해 줍니다. 산행할 때 정말 유용한 내비게이터입니다.”

       

- 예전에는 지도를 펼쳐놓고 나침판으로 방향을 잡은 다음, 지도상의 등고선과 실제의 지형을 비교하여 내 위치를 찾아냈는데... 이젠 기술 진보로 혜택을 많이 받는군요. 그런데도 엉뚱한 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제법 있죠?

       

맞아요. 그걸 알바라고 하더군요. 아르바이트란 뜻은 아니고요. 비공식 등산용어예요. ‘이 길이 아닌가벼’ ‘아까 그 길이 맞는가벼라는 말(나폴레옹의 말?)도 있지만, 길을 잘못 들어서 백코스(back course)를 하게 되면 정말 힘이 쭉 빠지죠. 특히 갈림길을 만났을 때 나무에 달려 있는 표지기(리본)를 무조건 믿으면 안 돼요. 믿을 만한 등반팀이 붙인 표지기라면 몰라도...”

       

- (이 차장의 핸드폰 사진을 검색하다가) 이 사진은 차장님이 직접 찍은 겁니까? 그림이 아니고? 정말 멋진 솜씨네요.

       

태백산 일출 장면이에요. 이 나무들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이고요. 여름에 산행을 할 때는 낮에는 더우니까 야간산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12시에 집결지에서 만나 현지로 이동하고 새벽 3시부터는 산행을 시작하여 늦어도 2시에는 하산합니다. 덕분에 태백산 정상에서 해 뜨는 장면을 볼 수 있었어요.”

       

민족의 영산 태백산 정상에서 바라본 장엄한 일출 장면. 사진 촬영의 달란트도 가지고 있는 이동수 차장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 산행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위험한 순간을 만났다든가, 곰이나 뱀을 만났다든가...

       

멧돼지를 두세 번 만난 적이 있어요. 제가 일행과 좀 떨어져서 맨뒤에서 산행을 하던 중 뭔가 덩치 큰 것이 제 앞을 휙 지나가는데 알고 보니 멧돼지였어요. 능선 하나를 뛰어넘는 듯한 속도였어요. 등골이 서늘해지더군요. 그리고 백두를 타다 보면 국립공원을 빼고는 사람을 못 만나거든요. 그러다가 모퉁이길에서 사람과 마주치면 반가운 게 아니라 엄청 놀라게 돼요.”

       

- 맞아요. 저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사람을 딱 마주치니까 놀라서 나도 모르게 서너 발짝 뒷걸음치게 되더군요. 어쨌거나 단독 산행은 겁이 좀 나요. 차장님도 그러시죠?

       

저도 혼자서는 안 갑니다. 한 번은 혼자 백패킹(Backpacking)을 해본 적이 있어요. 1인용 텐트와 슬리핑을 갖고 가서 하룻밤을 보냈는데요, 동네 야산인데도 참 무섭더군요.

       

- 혼자 산행에 나섰다가 작은 사고라도 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어요. 팀을 이루며 다니는 게 안전해요. 그동안 백두대간 종주를 하시면서 가장 힘든 코스는 어디였나요?

       

아슬아슬했던 곳은 아까 말씀드린 속리산 바위지역이었고요, 체력의 한계점을 경험한 곳은 속리산 근방에 있는 갈령(葛嶺)이라는 곳이에요. -다운이 계속 반복되는 지형이다 보니 체력 저하가 아주 심해 발걸음 한번 떼는 게 그렇게나 힘들더군요. 그랬어도 이정표에는 5km밖에 안 남았다기에 그래 가보자! 하고 덤볐는데요, 나중에는 힘이 완전 소진되어 욕밖에 안 나오더군요.

       

그래도 저는 애써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속으로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아버지하면서 힘든 몸을 달래고 한편으로는 편찮으신 아버지께서 병환이 호전되기를 빌었어요. 그런 간절함으로 힘든 그 순간을 극복해 냈습니다.” (갈령에서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만나면 지금도 그곳을 이가 갈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 평생 기억에 남을 고행의 길을 체험하신 것 같습니다. 아버님 병환은 어떠신지요?

       

아버지는 9년 전에 대장암 수술을 받으셨고 완쾌되셨는데 다시 위암으로 수술을 하셨습니다. 대장암 수술 후 제가 등산을 권해 드렸더니 산에 다니시면서 운동도 되고 정신적으로도 좋아지신 것 같고 지금도 산행을 꾸준히 하셔서 다행입니다.”

       

- 효자시네요. 가족들과도 산행을 즐기십니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관광지가 아닌 한적한 자연 속에서 여가를 보내게 되었어요. 요즘은 자연휴양림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이번 하계휴가 때는 아버님만 모시고 자연휴양림에서 텐트를 치고 보낼 계획입니다.”

       

       

- 이 차장님은 등산이 회사생활에 어떤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십니까?

       

산행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과 마주치게 되잖아요. 체력의 한계상황까지 경험하게 되고요. 이런 것들을 극복해 가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내가 하루에 저렇게 높은 산을 열 개나 넘었는데 못할 게 뭐냐?’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 정말 공감이 가는 말씀이네요. “내가 이런 걸 해냈는데 못할 게 뭐냐?” 라는 말은 직접 몸으로 겪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산이 꼭 목적성을 지녀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 차장님은 앞으로 어떤 산행을 하고 싶으세요?

       

어떤 산악회는 하루에 40~50km를 주파할 정도로 속도전을 자랑하기도 해요. 정말 대단하죠. 그렇지만 속도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사람마다 자기 스타일대로 산을 찾으면 된다고 봅니다. 앞으로 저는 여유 있는 산행도 겸하고 싶어요. 바위틈에 피어 있는 꽃, 거센 바람 속에서도 의연하게 살아가는 나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경관 들을 찬찬히 감상하며 즐기고 싶어요. 자연은 아름다우니까요.”

       

가평의 계곡에서 물세례를 맞으며 신이 난 이동수 차장. 자연 속에서 마음껏 웃고 소리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본디 모습 아닐는지. 그래서 루소는 이렇게 말했다지. “자연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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