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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은 남자

Story/축하합니다

by kh2020 2015. 10. 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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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반도 자연생태 사진 공모전에서 장려상 수상! 에너지사업부 박종섭 전무]

   

Q. 축하합니다. 얼마 전에 열린 사진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모전의 성격이 어떠한지, 어떤 경로로 참여하시게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2015년 한반도 자연생태 사진 공모전은 이번이 2회째인데요. 사진 공모전은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KOBIC(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NAVER(네이버), KCC(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이 공동 주관하였습니다. 이중에서 BRIC이란 학술단체는 포항공대가 출자지원하고 있고 생물학자와 의사들이 주요 멤버로 구성되어 있지요. 작품은 네이버를 통해 출품을 했습니다.

    

 제가 동호회를 통해 합동 사진전을 가진 경험은 몇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모전에 출품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에 출품하여 수상한 사진은 20089월에 찍은 작품이에요. 경북 구미에 있는 어느 저수지에서 자생하는 가시연꽃사진이지요. 자연 탐사한 보람을 느낍니다.

     

         

수상작 ' 가시연꽃'

      

Q. 가시연꽃이라∙∙∙. 저도 가시연꽃을 한 번 본 적은 있지만, 사실은 꽃은 보지 못하고 커다란 원판 모양의 연잎만 봤어요. 일반인에게는 아주 생소한 꽃이죠.

           

 가시연꽃은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서 서식하는 고유종 수련과 자생식물입니다. 우포늪을 비롯해서 20여 군데의 늪이나 저수지에서 살고 있는 1년생 수초입니다.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한 식물입니다. 줄기와 잎 등에 굵은 가시가 있어서 가시연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자색 꽃은 낮에 벌어졌다가 밤이 되면 닫힙니다. 사진을 찍기에 가장 적절한 때는 3~4일간 맑은 후의 한낮입니다. 꽃이 벌어지려면 충분한 수온과 빛이 필요해서 완전히 벌어진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드니까요.

              

Q. 감히 평가를 한다면,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이나 생동감이 느껴지는 전해지는 사진인 듯합니다. 박 전무님의 내공이 느껴지는데요. 사진을 언제부터 어떠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태어난 곳은 진도입니다. 공무원이셨던 제 아버지가 서울로 발령이 나서 저도 어머니 품에 안겨 상경을 하게 되었죠. 제가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삼촌 덕분입니다. 의사였던 삼촌은 그 당시 진도에서 국회의원을 지내셨는데요, 그 삼촌이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카메라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가죽 케이스에 넣은 꽤 고급스러운 캐논 카메라였습니다. 이때부터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잔뜩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으러 다녔습니다. 삼촌 덕분이죠.

   

Q. 어떤 장르의 사진을 주로 찍나요?

   

 야생화를 주로 찍습니다. 고등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원예반 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꽃을 심고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이게 자연스레 사진과 연결이 되어서 야생화 사진에 매료된 거죠.

   

         

Q. 야생화를 찍다보면 땅바닥에 엎드려야 하고 무릎팍도 깨질 수 있고(ㅋㅋ)∙∙∙ 궂은 작업을 해야 할 듯 싶은데요?

   

 맞습니다. 언젠가 구와말이라는 녀석을 찍다가 논바닥에 구르기도 하고 개미탑이라는 녀석의 유혹으로 습지에 빠지기도 했어요. 어떤 때는 뱀을 만나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사실은 뱀은 사람이 접근하면 미리 알아채고 슬그머니 도망갑니다. 먼저 덤비는 경우는 절대 없죠. 하지만 사람이 발로 밟았을 때는 문제가 돼요. 순식간에 물어버리니까요.

   

Q. 고궁이나 이런데 가보면, 엄마닭 쫓아다니는 병아리떼처럼(ㅋㅋ) 사진 고수님을 졸졸 따라다니며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이 제법 많던데요. 물론 그건 초보들의 얘기이겠지만요. 박 전무님은 팀을 짜서 출사를 하시나요?

   

 사실 저는 사진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보고 책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 가곤 했지요. 국전 사진작가에게 며칠 간 사사 받은 적은 있지만 그걸 빼면 거의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셈입니다.

   

 저도 사진 동호회에 가입은 했지만 사람 사귀러 나가는 정도고요. 출사는 거의 대부분 혼자서 합니다. 주말에 별 일이 없으면 꼭 카메라를 메고 야외로 나갑니다. 산이든 바닷가든 강가든 온 산야를 두루 섭렵하며 다니고 있지요. 회사 일이나 경조사 때문에 주말 출사가 어려울 때는, 짬을 내어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으로 나가곤 합니다. 이걸로 아쉬움을 달래는 거죠. 날씨가 흐린 주말에는 출사를 못하니까 집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Q. 요즈음 게릴라 가드너라고 해서 도시의 공터에 꽃을 심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모임도 있다고 하던데요. 전무님은 야생화 사진을 좋아하시니 꽃 가꾸기 역시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화단을 가꾼 경험이 있습니다. 화단을 보러 유치원에서 견학을 오기도 하고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도 아주 만족해 하셨는데요. 8년 정도 화단을 가꾸다가 그만둬야 했습니다. 왜냐고요? 아주 극소수이긴 하지만요, 별 이유 없이 그냥 반대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주민 한 분이라도 반대하면 중간에서 곤란해지는 사람은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들이잖아요? 그래서 아쉽지만 제가 접었지요.

  

 얼마 전에 서울시에서 공터에 꽃을 심는 행사도 하고 지원자도 모집한다는 뉴스가 있었죠.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일은 널리 확산되어야지요.

    

Q. 좋은 일 하는 사람을 칭찬은 못해줄 망정 태클을 걸다니! 8년이나 공들인 화단인데 마음이 쓰라렸겠습니다. 도시에서는 야생화를 키우고 싶어도 공간이 별로 없고 제약조건이 많죠.

   

 아이디어를 짜내면 방법은 있어요. 저희 집 베란다에서는 습지 식물들이 아주 잘 살고 있어요. 희한하죠? 언젠가 어머니한테서 돌절구를 얻어 와서 그곳에 물을 채우고 조그맣게 습지로 만들었죠. 돌절구 안에는 해오라비난초도 잘 자라고 있고요, 좁은 공간이지만 무려 열다섯 가지의 식물들이 사이좋게 자라고 있답니다.

     

 보통 사람들은 야생화를 키우기가 어렵다고들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만은 않아요. 야생화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자생능력이 있거든요. 집 근처에 작은 공터라도 있다면 내년 봄에 꽃씨를 뿌려보세요. 작은 정성이겠지만 이런 노력들이 알알이 모이면 세상은 아름답게 변해 가겠지요.

     

Q. 개인 블로그를 정력적으로 운영하고 계신데요.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들은 작품성이 강한데다가 꽃에 대한 해설 역시 전문가 수준인 것 같습니다. 학명, 영문명, 분포지역, 특징, 생육환경 등의 자료들이 집대성되어 있더군요. 학구적 호기심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식물을 분류하는 작업이 예전에는 참 어려웠습니다. 학명이나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려면 많은 서적을 다 뒤져봐야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분류 작업이 아주 수월해졌습니다. 국립수목원에서 DB화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http://www.nature.go.kr)이 있거든요. 이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아주 풍부한 자료를 접할 수 있어요.

    

 제가 원래 생물학을 좋아했습니다. 취향이 그래서인지 꽃 사진 찍기가 이제는 제 개인적인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활력을 직업적인 삶에도 적용하게 되니 일거양득 아니겠습니까. 꽃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제 블로그(http://blog.daum.net/wild-florist)를 종종 찾아주십시오.

  

Q. 박 전무님은 꽃이라면 전부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그래도 그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꽃이 있다면?

   

 ‘물매화입니다. 이 꽃은 청초한 가을신부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보통 가을에는 색깔이 진한 꽃들이 주류를 이루지 않습니까? 그런데 봄철에 피는 매화처럼 생긴 하얀 물매화가 가을의 산자락 습지에 가녀리게 피어있는 모습이란! 이 꽃과 눈맞춤하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물매화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영롱한 구슬처럼 빛나는 다섯 개의 헛수술이에요. 50원 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작은 꽃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이런 순간에 문득 생각나는 시가 있지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물매화

       

 또 하나 진귀한 꽃을 소개해 드린다면 백양꽃입니다. 내장산 백양사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백양꽃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전라남북도, 경상남도 일부 심산에 자생하는 수선화과 식물이고요, 꽃이 필 때는 잎이 모두 없어지는 상사화의 일종입니다. 언뜻 보면 꽃무릇이라는 꽃과 혼동할 수 있어요.

    

 백양꽃은 일본에서는 거의 멸종 단계에 있습니다. 학명(Lycoris sanguinea var. koreana (Nakai) T. Koyama)을 통해서도 우리나라 특산식물임을 담빡 알아볼 수 있지요. 보호 1급 식물로 분류되었고요, 최근 내장산국립공원에서는 백양꽃을 복원종으로 정하고 증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양꽃

        

Q. 직업적인 삶과는 상관없이 장래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산림청에서 돈 들여서 수목원을 여럿 만들었는데 정작 중요한 수목 관리는 부실한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런 곳에서 자원봉사로 수목 관리를 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앞으로 여가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때가 오면 야생화 연구소를 세워서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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