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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선택받기보다는 선택해야 합니다.

Education/교육

by kh2020 2015. 11. 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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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성 / 택시기사, 비전택시대학 총장]

      

 "택시 운전. 제가 택시운전을 하기 전에 택시기사를 어떻게 인식했는가 하면요. 이렇게 생각했어요. 난폭운전. 승차 거부. 굉장히 무서운 분. 그런데 제가 막상 택시 핸들을 잡은 첫날, 제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어요. 많은 동료 택시기사분들이, 시련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새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절실히 노력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은거에요.

      

 저한테도 가슴속 소설책 한권이 있어요. 사실 제가 어렸을 때 택시기사가 꿈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조금 일찍 사업을 했죠. 제가 사업에 성공했었다면 택시핸들을 안잡을 확률이 99.99%에요. 근데 쫄딱 망해요. 신용불량자 되고요. 빚쟁이가 되죠. 하지만 절망하지 않았어요. 왜? 다시 또 재기할 수 있으니까요. 전세는 월세로 돌리고. 결혼 예물은 전당포에 팔고. 그래도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또 재기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엎친데 덮친다 그럽니다. 왜 하필. 제 딸이 그 때 아픈지요.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까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험하데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간신히 수술자금을 마련하고 수술은 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그 다음날 수술 경과가 좋지 못해서 제 딸아이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게 됩니다. 집에 있으면 심장이 터져나갈거 같아서 일단 밖으로 나가요. 오라는데 없고 갈데도 없어요. 하지만 가만히 우두커니 서있을 수 없잖아요. 무작정 거리를 걸어갑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걸음을 멈추고 내가 어디까지 와있나 주변을 살펴봅니다. 하늘도 한 번 쳐다보고요. 정확히 한강에 잠실대교 중간에 두 난간을 붙들고 부르르 떨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거죠. 사랑하는 내 딸을 만나러 가느냐. 아니면 다시 한 번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느냐. 제가 만약에 전자를 선택했다고 그러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고요. 저는 후자를 선택했고 마침 다리 건너 교통연수원이 있더라고요. 한 500~600명이 교육을 받고 쏟아져 나와요. 뭐하시는 분들이냐고 물어보니까 택시운전을 시작하기 위해 시험보고 나오시는 분들이래요. 그래 좋다. 나도 한번 택시 운전을 시작해가지고 인생 이모작을 하자. 그리고 택시 핸들을 잡았죠.

       

       

 자, 이제 제꿈 얘기를 말씀드릴게요. 제 꿈이 뭘까요? 당연히 모르시죠. 제 꿈은요, 택시 대학 총장이 되는게 꿈이에요. 재작년에 인터뷰 했지만 제가 택시핸들 잡았을 때 그때부터 가슴에 품었던 꿈입니다. 택시대학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요? 드넓은 캠퍼스에 멋진 건물에 꽉 짜여진 커리큘럼. 훌륭한 교수님들. 그런 택시대학을 어떻게 제가 만들어요. 택시기사인데. 하지만, 국가가 만들지 않으면, 시에서 만들지 않으면, 어떤 협회에서 만들지 않으면 내가 만들겠다. 그래서 5월 29일 드디어 택시대학 입학식은 열렸고요. 지금 14주차 강의가 진행되었고. 제가 물론 강연도 하지만 멀리 싱가폴 국립대 교수님께서 비행기 타고 와서 강연까지 해주셨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갖기까지는요, 저한테 도움을 주신 분이 계세요. 그 분이 누군가 하면은요, 제가 잠실대교 다이빙하기 전에 제 등을 잡으셨던 분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 위로와 격려와 질책을 주셨던 분이 계세요. 그 분 때문에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어제도 만나고 오늘도 만났는데요. 그 분은요. 그 자리에 없고요. 제 가슴속, 가슴속에 있습니다.

      

 여러분들 사시다 보면요,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더 많게는 선택받지 못할 때도 있어요.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자기한테 주어진 일이 비록 하찮고 보잘 것 없더라도 그 일에 대해서 세계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고 가치,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면 그것은 또 다른 선택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나이 먹은 한 50대 택시기사도 꿈을 갖고 앞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정말 선택받으신 분들이에요. 간혹 살다가 지치고 힘들지라도 절대 포기하시지 마시고요. 앞으로 또 어떻게 알겠습니까? 세바시 강단에 세워주실지. 인생은 모르겠더라고요.

      

 여러분 모두모두 파이팅!! 파이팅!!"

         

    

|정태성 

 비전택시와 루비콘택시로 희망의 아이콘이 된 택시기사이다.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원 서비스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는 서울 개인택시협동조합 이사장, 터칭마이크 교수를 하고있다. 또한 비전택시대학의 총장을 맡고 있다. 택시운전이 국가브랜드가치를 결정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신성장동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직업이라 생각하며,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택시운전을 하는 사명이라 여기고 있다. 저서로는 <어른 수업-마흔에 시작하는 진짜 어른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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