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쉼 없이 뛰어온 우리. 온종일 땅을 달구는 뜨거운 태양은 휴가 시즌이라는 설레임을 전해 줍니다.

 

우도 바이크 투어중인 김소연 사원(2016)

 

 지금쯤 책장 한켠에 꽂혀 있는 벼랑 끝으로 오라를 펼쳐 여백이 있는 삶을 다시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고민하는 분들에게 좋은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 같습니다.

 

 

 극심한 가뭄 끝에 고맙게도 태풍이 비를 몰고 왔다. 풀풀 먼지 날리던 대지에 단비가 내렸다.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비를 기다렸던 농부들은 잠시나마 해갈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일부 지역을 빼고는 완전 해갈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한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걸 보고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는게 농심일 텐데, 태풍이라도 한두 차례 더 찾아와 장대비를 흠뻑 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구약성경에는 빗속을 달리는 엘리야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스라엘 땅에 3년 반 동안 혹독한 가뭄이 이어졌다. 선지자 엘리야는 산에 올라 기도한다. “비를 내려주소서!” 일곱 번을 전심으로 기도하자 드디어 구름이 몰려오고 곧이어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기쁨에 겨워 엘리야는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간다. 이스르엘까지 20km나 되는 먼 거리를, 왕이 탄 마차보다도 더 빨리 내달렸다니 감동한 사람에게는 초인적인 힘이 생기는가 보다.

 

 우리가 가슴 벅차게 감동해본 게 언제였을까? 차가운 경쟁 논리에 휩쓸려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은 가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시간을 분초로 나누어 써야 할 만큼 삶은 숨가쁘고 각박해졌다. 감사와 감동이 들어가야 할 자리까지 욕망이라는 놈이 차지해 버렸다. 작은 일에도 가슴 촉촉해졌던 경험들은 기억 속에 아스라이 남아있을 뿐이다. 느낌표[!]를 잃어버린 삶은 삭막하다.

 

 제프 딕슨이 쓴 우리 시대의 역설은 현대인의 삶을 적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더 많은 물건을 소비하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살아갈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잊어버렸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 건너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우리에겐 쉼표[,]가 필요하다. 마음의 고삐를 늦추고 내 삶을 관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되살리고 생각의 지평도 한껏 넓혀보자. 잠시 멈춤의 시간에 감동을 경험하고 느낌표를 되찾아오자. 느낌표를 지닌 삶은 맑고 싱싱하며 풍요롭다.

 

 한적한 시골 원두막에 올라가 사지를 편안히 뻗고 드러누워 보자. 더위를 씻어주는 실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기분 좋은 고요함이 찾아온다. 리드미컬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팔뚝의 솜털까지 살랑살랑 휘날리는데 그 느낌이 참 좋다. 불현듯 내 온 몸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이 느껴진다. 내면의 소리, 생명의 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세상에 태어난 것이 기적이요, 이 순간 살아 있는 것도 기적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내 마음은 감사와 기쁨으로 차오른다.

 

 싱그러운 녹색의 자연은 도시 생활에 찌든 마음을 치유해준다. 이를 쿨다운(Cool Down) 효과라고 한다. 현생 인류가 출현한 지는 짧게 잡아도 20만년이다. 이 기간 중 도시생활을 한 것은 길게 잡아도 200년에 지나지 않는다. , 인류 역사의 99.9%는 자연과 함께하는 수렵채취, 농경생활이었다. 인간의 DNA에는 이러한 기억이 선명하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 속으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은 본능에 가깝다.

 

 일상의 일들을 훌훌 떨쳐버리고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다. 낯선 풍물과 만나고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때로는 자신의 잊었던 꿈과 조우하기도 한다. 멀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매력적이지만, 자신의 내면으로의 여행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내게 진정 소중한 것들은?’이라는 물음을 갖고 자신의 속사람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의 정체성, 삶의 의미,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 보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이따금 말을 세우고 자기가 달려온 길을 한참 동안 되돌아본다. 지쳐서 쉬려는 게 아니다. 너무 빨리 달려오는 바람에 자기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까봐 영혼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영혼이 도착했다 싶으면 그제야 그들은 말을 타고 다시 달린다. 오로지 달리는 일에만 열중하여, 또는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유체이탈(?)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고은 시인). 산에 오를 때는 성공과 출세를 위해 허겁지겁 달리다가 하산 길로 접어들어서야 행복이라는 이름의 꽃을 발견한다는 뜻일 게다. 이 대목에서 묻게 된다. 왜 행복을 뒤로 미루는가?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이다. 오늘이 이어져 일생이 된다. 바로 오늘 행복하자.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온갖 상념에서 벗어나 푹 쉬자. 때는 여름휴가 시즌이다. 여백이 있는 삶, 느낌표가 살아있는 삶을 한껏 즐기자.

 

『벼랑 끝으로 오라』(황광웅 시론집, 2017)

 

 

 

부산 바다와 함께한 김동원 상무 가족휴가(2016)                    제천의 산과 들 그리고 정장원 부장 가족(2017)

 

 집에서 밀린 책과 영화를 보며 감성을 충전하기도 하고, 탁 트인 바다로 가서 수평선을 마주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하고, 챙겨놨던 맛집 리스트를 따라 먹방투어를 가기도 하고, 휴가의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휴가의 이유는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것이라는 말에 별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강화콘도 석양을 담아가려는 구지모 차장 일행(2017)

 

 휴가 계획을 너무나 빡빡하게 세우고 온 가족의 슈퍼맨이 되느라 휴가 이후에 몸과 마음이 더 지치는 분을 가끔 봅니다. ‘여백이 있는 휴가를 계획하고 나를 힐링하는 진짜 휴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osted by kh202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