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엔지니어의 최고봉이라는 기술사, 그중에도 뽑는 인원이 적기로 정평이 난 도시계획기술사에 합격하신 것을 특별히 축하드립니다. 합격하신 소감을 들으면서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감사합니다. 전에는 도시계획기술사 합격 인원이 한 해 3~4명으로 합격률이 1~3% 정도 밖에 안돼서 응시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죠. 저는 3년 정도 장기 계획으로 매년 시험을 치르고 있었는데, 올해 뽑는 인원을 늘리면서 운 좋게 합격했어요. 그래서 기술사를 도전할 때는 매회 시험을 치르면서 변수에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 과정에서 심적으로 힘들 때 격려해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준 부서장님(이칠성 부사장)과 팀원들, 끝까지 믿고 지지해준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아내와 함께 합격 소식을 접한 후 어머니께 맨 먼저 전화를 드렸다고요?
네. 어머님은 정확히 기술사가 뭔지는 모르시지만 애지중지한 아들의 합격 소식에 매우 좋아하셨죠. 제가 초등학교 때 아버님이 작고하신 후 어머님과 위 두 형님이 제 인생의 든든한 지원자이셨죠. 이런 때는 당연히 어머님이 젤 먼저 생각이 납니다.
아내와 자녀 분 얘기도 좀 해주시죠. 빼놓으면 서운해 할지도 몰라요. 하하.
중 2학년 딸과 작년에 출생한 늦둥이 아들이 있어요. 작년에 아들이 태어나면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랄까 이런 게 더 커지고 기술사 준비에 더 매진하게 되었죠. 2019년 울산KTX복합단지사업 합사 중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집에서 홀로 남은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해서 지금도 미안하답니다. 그래도 늦둥이 아들의 재롱 덕분에 집안 분위기도 밝아지고 저도 젊어지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아 감사하죠.
합격 소식을 보고 특별히 고향 선배(?)께서 애정 어린 축하 연락을 주셨다고요?
하하. 제가 영등포에서 태어나긴 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님 요양 차 아버님 고향이었던 영동으로 이주를 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포도로 유명한 곳이지요. 저희 집도 포도 농사를 했고요. 논밭과 어우러져 산자락에 위치했던 집에 가려면 꾸불꾸불한 길을 한참을 돌아서 가야 했지요. 그때 길이 좀 반듯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돌아보면 그 경험이 오늘의 도시계획가의 길로 저를 이끌었다고도 할 수 있죠.
아하. 고향 선배 얘기를 해야죠.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영동의 박연 선생 직계 후손이신 교통계획부 부서장이셨던 박완용 부회장께서 먼저 축하 문자와 통화를 해주셨죠. 게다가 영동 출신 엔지니어 모임에 참여 할 수 있는 자격까지 주셨죠. 하하. 후배들을 애정으로 이끌어주는 건화의 문화가 참 좋습니다.
이제 기술사 시험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요. 기술사 시험 준비 과정 스토리나 준비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전 회사에서 관리계획과 기본계획 위주의 업무를 8년여 동안 수행하였고 건화에 입사하면서는 산업단지나 택지 등의 개발사업을 수행한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기술사 시험에는 무엇보다 이러한 업무 경험과 경력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로 도시개발법 관련 문제의 경우에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한 다수의 도시개발사업 프로젝트 경험들에서 나오는 리얼한 사례들을 활용해 답을 할 수가 있어서 평가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경험적으로 부족한 요즘 트렌드나 이슈들에 해당하는 스마트시티, 도시재생, 도시정비 등에 대해서는 「월간 국토」나 「도시 정보」 등의 잡지를 발췌하여 보충하였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모의고사를 본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시험을 치르면서 문제 경향을 파악해보고 실제 본인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업무에서 연관성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몇해전 LH에서 주최한 국토개발기술대전에서 ‘스마트인프라 구축’ 관련 내용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적이 있었는데 이처럼 관련 분야의 다양한 경험들이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2018년도에는 건화 우수사원상도 수상하였던데 업무성과라고 할까요, 기억나는 프로젝트들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건화 입사 1년차에 첫 번째의 개발사업이었던 ‘음성 생극산업단지’가 생각나네요. 프로젝트 초기에 난관이 많아서 좌초 위기의 사업이었는데, 도시계획가로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게 되었지요. 결과적으로는 사업 시행자, 발주처인 음성군, 엔지니어링 회사 건화로 이루어진 민·관·사 3자의 협업으로 분양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설계 대가도 꽤 잘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08년에 시행한 ‘부천 오정물류단지 개발사업’을 들 수 있어요. 부지 내 자전거 도로 설치 관련 환경부와 갈등으로 큰 난관에 부딪혔는데, 우리가 발주처와 유대관계를 잘 맺고 대안을 제시해서 잘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쿠팡도 입주해 있고 인근에 대장공공주택지구까지 개발될 예정이어서 지역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지요.
말씀을 듣다보니 프로젝트 추진과정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서 보람도 크시겠어요. 이번 기술사 합격이 지난 20여 년 직장史를 정리하고 다시금 후반전을 준비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쯤에서 부장님이 정의하는 ‘도시계획’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네요.
음. 쉬운 얘기는 아닙니다만, 제 경험에 의하면 도시계획은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물리적 계획’과 정책적이고 인문학적인 ‘소프트한 계획’의 융합체가 이루어내는 결과물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도시계획가들은 엔지니어로서의 설계 기술도 필요하지만 사업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컨설팅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타 전공에 비해 다루는 업의 범위가 꽤 넓다고 할 수 있지요. 덕분에 우리 전공의 이력을 쌓을수록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꽤 다양하게 열린다는 장점이 있어요.
요즈음 우리 회사가 신입사원을 채용중인데 지원하는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는 말씀이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전에 딸과 함께 일본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는데, 예쁘게 잘 보존된 골목이라든지 재생된 도시, 일상화된 자전거 문화 등 도시계획 면에서 20~30년 정도를 예측해 볼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여행이 곧 업무를 보완하는 상상력의 발원지가 되는 셈이지요. 일본어나 영어도 좀 더 익혀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리얼한 현장 경험을 하고 싶어요.
사실 도시계획은 시민들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지요. 도시계획가인 저도 시민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소명감으로 공공선(公共善)의 입장에서 접근하여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한몫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아주 감동스러운 소명감을 피력해 주셨네요. 우리 건화와 함께 그 큰 꿈을 꼭 이루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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