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계획부 유병영 부장(교통기술사 합격) 인터뷰]
부서데이를 맞아 다녀온 김억 화가의 남도풍색(南道風色) 전시회. 전시된 작품들은 섬세한 관찰과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한 교통 엔지니어링과 닮은 점이 많았다.
Q. 유 부장님, 그 어렵다는 교통 기술사 합격을 다소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예, 감사합니다. 2년전까지만 해도 1년에 한 명씩만 뽑다가, 작년부터 10명 내외로 선발 인원이 늘어나다 보니 운좋게 합격했네요. (시작부터 겸손 모드 ㅋ)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아요.
Q. 기술사 취득하고 나니 뭐가 제일 좋으세요?
기술사라고 적힌 명함을 발주처나 거래처와 주고 받을 때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기술사 프리미엄이라고 할까요. 하하.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힘든 공부를 다시 안해도 된다는 것도 좋네요.
Q. 부장님은 자격증을 벌써 6개나 갖고 계시던데, 자격증 취득이 취미이신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드네요. 하하.
아유, 그렇지 않습니다. 제 자격증 취득은 알고 보면 생존의 히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어요. 저는 학부 때는 토목공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할 무렵 IMF 경제위기를 만나면서 취업이 쉽지 않은 시절이었죠. 마침 시청 앞에서 측량사무실을 하던 친구의 권유로 측량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던 겁니다. 또, 토지 관련된 일을 다루다 보니 부동산공인중개사가 돈이 되겠다 싶어 취득하게 되었지요. 물론, 돈이 된 건 아닙니다. 하하. 이후 모교에 교통 대학원이 설립되면서 입학하여 교통공학 석사를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유 부장은 측량지형공간정보산업기사, 측량지형공간정보기사, 공인중개사, 토목기사, 교통기사, 교통기술사 등 6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Q. 유 부장님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한결같이 건화와 함께 성장해온 대표적인 ‘건화맨‘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입사 시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박완용 부회장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일화인가 보네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대학원 교통학과 1호 졸업생이라 지도교수님께서 진로 지도에 남다른 애정이 있으셨죠. 교수님께서 저를 소개하는 손편지를 직접 쓰셔서 건화에 추천했고 박 부회장님께서 크게 감동받으셨다고 들었어요. 그 덕분에 제가 건화맨이 되었고 이제는 기술사까지 취득했네요. 지금 돌아보면 지도교수님, 박 부회장님 같은 훌륭한 인생의 선배들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네요.
(박완용 부회장께 손편지에 관해 물어봤다. “지도교수들이 제자의 취업을 전화로 부탁하는 게 보통인데요, 유 부장의 지도교수님은 다르셨어요. ‘제가 이렇게 뛰어난 제자를 두고 있으니 채용해 주세요. 훗날 귀사의 큰 기둥이 될 재목입니다’라는 뜻을 직접 손편지에 담아 제게 보내셨어요. 안동 출신 양반의 품위가 느껴졌고요, 그 정성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유 부장에게 채용을 통보했더니 지도교수님은 안동소주 한 병을 예쁘게 포장하여 제게 보내주셨어요. 제자를 잘 보살펴 달라는 뜻의 귀한 선물이었죠. 1년간의 인턴 기간을 거쳐 유 부장을 정식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유 부장은 지도교수님 말씀대로 든든한 건화맨이 되었습니다.”)
건화에서 만나 ‘건화맨’의 대를 잇게 된 인연. 교통계획부 유 부장(왼쪽)과 박 부회장
평상시 업무를 시험 준비하는 마음으로
Q. 자, 그럼 공부 얘기를 들어볼까요. 기술사 공부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시작은 대리 때부터였어요. 젊은 나이에 기술사 한번 취득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무조건 덤빈 거죠. 하지만 기술사는 종합적 내공이 필요한 시험이었죠. 2~3회 낙방 후 ‘아직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잠시 접었던 적도 있어요. 이때 낙망하지 않은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전략을 짜야 했죠.
Q. 그렇겠군요. 일반적으로 몇 번 실패하면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하게 되잖아요. 이후 다시 도전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차장 때 학원에도 잠시 다녀보긴 했어요. 하지만 1회에 1~2명만 기술사를 합격할 수 있었던 때라 교육과정도 잘 개설되지 않했을 뿐만 아니라 종합적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회사 상사분의 소개로 알게 된 선배기술사 분이 답안지 작성 요령 등의 구체적 조언을 해주면서 기술사 시험 준비에 대한 포인트를 잡는 계기가 되었어요.
Q. 아 그렇군요. 그 포인트를 저희도 공유할 수 있을까요?
다른 분들과는 좀 스타일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인 시간 할애,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의 접근을 우선 강조하고 싶네요. 엄청난 분량을 소화해 내야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한두 달 반짝해서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준비하되 업무와 연결된 이슈들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관련 이슈들에 스스로 솔루션을 찾고자 고민했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시간사용도 중요한데, 평소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도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둔 것을 익히는 등 틈새 시간을 활용하고 주말에는 공공도서관 열람실에서 정리하는 식으로 했어요.
Q. 실제 답안을 작성하는 팁도 알려주신다면요?
예로 ’20만 도시의 대중교통계획에 대해 논하라‘와 같은 종합적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는 문제들이 출제되요. 따라서 기본지식에 대한 필수 암기항목을 숙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슈에 따라 본인의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종합적인 안목과 경험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답안을 작성할 때는 요약해서 핵심만 써내는 능력, 문장은 가능한 한줄 이내에서 끝낼 것, 도표나 절차도 등을 활용하여 설명하는 것도 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50페이지 정도 정리한 암기노트는 기본으로 철저히 숙지했고 관련 지식들을 지속적으로 읽고 습득하며 실무에서 발주처를 만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Q. 결국 지난번 인터뷰에서 최성민 부장님도 밝힌 것처럼 실무에서의 경험이 시험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네요.
맞습니다. 실무 프로젝트에서 이슈에 대한 자료를 찾고 고민했던 노력과 경험이 매우 소중해요. 업무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슈를 종합적으로 보는 관점이 형성될 수 있거든요.
꼭 암기해야할 부분은 암기노트로 압축해서 정리했다.
엔지니어링 기술과 인문, 사회과학의 만남
Q. 교통계획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간략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교통계획이라는 말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기획(Planning)기능이 강조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같은 사람이 대중교통, 도로, 보행, 교통약자, 자전거로 등 교통 관련 기본적 안을 제출하면 이 자료가 교통정책을 체계화하는데 사용됩니다. 또한 도로나 철도, 지하철 등의 수요조사를 비롯한 타당성 검토도 저희 분야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죠. 이렇듯 팩트에 기반한 현장실사가 기본이 되다보니,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적 지식도 필요하게 되어 요즈음은 ’교통공학‘보다는 ’교통학‘이라고 부를 만큼 융합적 특성이 강조되고 있죠. 이외에도 교통량 정체 최소화, 안전시설 부과 등을 포함하는 교통영향 평가도 저희가 하는 주요 업무입니다. 참, 요즘에는 버스기사들의 주 52시간제에 따른 버스노선 개편업무 같은 것도 저희가 수행하는 업무 중 하나예요.
Q. 요즘 건설업과 엔지니어링 업계는 부가가치 높은 기획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데, 교통계획 전문가들이 유리한 환경에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하,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Q. 부장님께서 건화에서 수행하신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여러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복합환승센터‘를 설계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10여년 전 과장 무렵이었는데요. 처음 해보는 일의 막막함과 건화를 대표하는 책임감을 동시에 안고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 시장조사를 공무원, 건축사무소 직원과 함께 수행했었습니다. 건화 특유의 개척정신으로 도전하여, 울산역, 부전역, 용산역, 천안 아산역, 대전역 등의 복합환승센터를 건화의 손으로 설계하여 시민들의 편익을 향상시킨 것이 큰 보람으로 남네요.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 강추
Q. 이제 좀 부드러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가족 얘기를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5학년 아들, 2학년 딸을 두고 있어요. 최근 1년간은 시험에 집중하느라 가족과 시간을 많이 못했는데, 그 전에는 가족과 함께 소통하고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축구를 관전하는 걸 좋아해서 가족과 같이 가까운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자주 찾기도 합니다. 아내는 요즘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데요. 제 기술사 합격 소식에 무척 기뻐했는데, 남편은 이제 숙제를 끝냈으니 아내도 빨리 숙제를 끝내라고 전하고 싶네요. 하하.
수원 블루윙스 광팬인 가족들과 함께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관전하곤 한다.
Q. 부장님은 매우 낙천적이신 것 같아요. 삶을 사는 지혜라고 할까요. 팁이 있다면요?
저도 한때 공황장애, 우울증 비슷한 증상들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가족들과 함께 놀러 가서도 업무 걱정으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기도 했으니까요. 이제는 마음을 다잡고 저에게 좋은 암시와 환경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 같은 류의 책을 보기도 하고, 유튜브나 인문학 강의를 일부러 찾아 듣고 있어요. 정신과 의사 하지현 교수(건국대병원 의학전문대학원)의 유튜브 내용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융합기술자를 지향하시는 것처럼 인문 관련 책도 많이 보시는 군요. 인상 깊었던 책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 떠오르네요. 개인의 영역이나 회사, 나아가 국가까지 적용해 볼 수 있겠는데요. 후발 추격자가 갖는 확장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만 리드할 수 있고 제공하는 서비스의 제값을 받을 수 있겠지요. 해외 프로젝트 제안 때도 가격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암시가 되겠네요.
Q. 유 부장님,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우선은 기술사 준비로 미루어 두었던 박사과정 논문을 끝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꿈을 찾는 게 목표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회사생활과 개인의 인생에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너무 심오해졌나요? 하하.
현장을 발로 뛰는 설계자가 될 것
Q. 기술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특별히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서 차근차근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일상과 업무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탐색하는 습관을 들이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생각을 공부하여 자신의 생각으로 재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부서 분위기가 매우 좋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부서에 특별히 감사를 표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요?
이건 어려운 질문이네요. 모든 분들이 다 감사한 분들이기 때문이죠. 말씀 드리자면 끝도 없을 것 같아 앞에서 언급 드린 박 부회장님께 대표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건화에 입사해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곁에서 이끌어주시고 권면해 주심에 잘 표현은 못했지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Q. 긴 시간 할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제가 주목받는 것에 대한 부담스러워 하는 편인데, 오늘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말로만 그치지 않고 철저히 현장을 발로 뛰며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다짐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소프트한 느낌의 유 부장님을 단순기술자로 표현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표 건화인 유병영 부장님이 세계의 Top 융합엔지니어로 성장해가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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