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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평가사에 꽂히니 그것만 보이더라"... 신 차장의 도전기

People/건화가족

by kh2020 2019. 7. 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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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평가부 신경호 차장(환경영향평가사 합격) 인터뷰]

   

안녕하세요. 먼저 환경평가사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가족들이 많이 좋아했겠어요.

   

물론이죠. 부모님도 아주 좋아하셨고 아내도 기뻐하더군요. 평가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아내는 제가 집안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제몫까지 해줘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음달에 자격수당이 입금되면 생활비를 올려줄 생각입니다. ㅋㅋ

   

부모님께 드릴 선물도 잊지 마시고요. 아드님 둘을 두셨다고 하던데요.

   

그렇습니다. 5, 6살짜리 둘이에요. 아직 어려서 천방지축입니다. 연년생이라 때로 싸움도 하고 친구처럼 지내기도 합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아이들과 놀아주지도 못했는데요, 이번에 휴가를 내서 회사 변산콘도로 함께 놀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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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싸움(?)에서 승리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난 변산반도 가족여행. 행복해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니 그동안 참고 기다려준데 대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겹친다.

   

많이 놀아야 할 나이죠. 부모의 스타일을 훈육형 부모와 방목형 부모로 구분한다면, 신 차장님은 자신을 어떤 스타일이라고 보세요?

   

저는 방목형 부모입니다. 풀어놓고 키우되,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이나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도움을 주도록 해야겠죠. 물론 이렇게 키우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선행학습을 중시하는 현 사회풍토에서는 말이죠. 그래도 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그걸 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우와, 진짜 이상적인 신세대 부모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 차장님도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셨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장남으로서 아주 평범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공부도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했고요. 장래 뭘 해보겠다는 고민을 진지하게 해보지도 않았어요. 한마디로 무던하게 살았던 거죠. 그런데 제 남동생은 유전자가 별난지 저와 아주 달랐습니다. 지금 제법 인정받는 성우로 일하고 있는데요, 동생은 어릴 때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강하게 추구하는 스타일이었어요.”

   

, 그래요? 옛날 정서에 비추어보면 동생분과 부모님의 갈등이 심했을 것 같은데요...

   

공부는 안하고 연기를 하겠다고 돌아다녔으니 당연히 부모님과 엄청 갈등이 많았지요.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리면요, 동생은 고등학교 들어갈 때 머리를 기를 수 있는 학교로 들어가겠다고 우겼는데 딴 학교로 배정을 받았어요. 그랬더니 동생은 학생으로서는 부담됐을 꽤 비싼 가발을 맞추는 것 아니겠어요. 그걸 보고, 정말 의지가 대단한 녀석이라고 감탄했죠.”

   

보통 장남은 부모님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치를 충족하려다 보니 소위 모범답안대로 살아가는데, 차남만 해도 좀 다를 수 있거든요.

   

어쨌거나 제 동생은 자신이 원하는 길로 쭉 걸어갔어요. 연극영화과를 나와 영화도 찍고 뮤지컬도 하고, 나중에는 성우의 길을 선택하여 방송국에서 일하게 되고 2년 뒤에는 프리랜서로 뛰게 되었으니까요. 부모님도 이젠 동생을 좋게 보고 계세요. 무엇보다도 동생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일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일에 대해 항상 긍정적이고 일을 찾아서 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어요. 사실 예전에는 공부 잘해서 넥타이 매고 직장생활 하는 것에 많은 가치를 두는 풍조 아니었습니까? 이제는 바뀌어야겠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겁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환경평가사 얘기를 해 보죠. 공부는 어디서 하셨어요?

   

공부는 주로 커피숍에서 했습니다.”

   

커피숍이라니 뜻밖이네요.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좀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될 텐데요?

   

사촌동생이 제 집 앞에서 커피숍을 합니다. 공부하겠다고 작심하고 독서실에 가고 하는 게 제겐 맞지 않아요. 지속성이 떨어져서요. 오히려 저는 백색소음이랄까, 이런데 익숙한 편이에요.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요. 도서관에 앉아서는 죽어라고 풀리지 않던 공학 문제였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제가 탁 풀리는 경험을 꽤 많이 했어요. 유레카처럼 말이에요.”

   

백색소음이 왕성한 곳에서 집중력이 올라가는 독특한 성향을 지닌 신경호 차장이 사촌동생의 커피숍에서 공부에 몰입해 있는 모습. 백색소음(white noise)이란 넓은 음폭을 가지고 있는 소음으로, 자연에서는 파도 소리나 빗소리, 폭포 소리 등에 포함되어 있다.

   

오호, 유레카? 목욕하면서 공부를 하셔야겠네요.

   

제가 좀 유별난가요? 도서관 같은 데서 왜 지속성이 떨어지냐 하면요. 시간적 제한성, 즉 문 닫는 시간이 있다는 게 공부 리듬을 흐트러지게 할 수 있고요, 잠깐 바람 쐬러 나가려고 해도 내 물건에 신경을 써야 하니 이 또한 신경분산요인이 되죠. 대신에 제 사촌동생 커피숍은 아주 늦은 시간까지 열어놓는 데다 노트북 등을 편안하게 쓸 수 있고 주인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공부하는 환경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고, 내 공부스타일에 맞는 공간이라는 이점이 있었어요.”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커피숍 벽면에 걸린 퍼즐 작품은 신 차장이 틈틈이 짬을 내서 만든 것이다. 하와이 화가의 Vision of Lahaina을 무려 13,200피스의 퍼즐로 3.2m×1.5m 화폭에 재현했다. 여섯 달의 노력 끝에 대작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시험준비는 얼마나 하셨나요?

   

집중적으로 공부한 건 5~6개월 정도 됩니다.”

   

? 제가 지금 수재를 만나고 있는 거네요?

   

원래는 1년을 잡고 덤빈 건데, 운이 좋아서 빨리 한 번에 붙은 거죠.”

   

어쨌든 5~6개월만에 붙었다면,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죽이는 일인지 알고는 있나요?

   

, 저도 시행착오의 기간은 있었어요. 2년 전쯤부터 공부를 하다말고 하다말고 반복하는 시간들이 있었죠. 그리고는 딱 1년 전에 준비 없이 시험을 봤는데 1교시 30분 만에 밖으로 나왔어요. 더 이상 쓸 게 없어서요. 그리곤 공부를 접었답니다. 이렇게 어설프게 공부를 한답시고 시간을 허비하고 정신적 압박까지 느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러다가 작년 여름부터 그래, 해 보자!’는 마음이 들어서 공부를 정말 제대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고지게 마음을 먹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제 나름 배수진을 쳤습니다. 환경평가사 제도가 생긴지 5년 정도 경과했고 법 시행을 위해서 지금은 많은 인원을 뽑지만 머잖아 그 인원이 줄게 될 것이라는 예상, 그때 가서는 환경평가사가 기술사 훨씬 이상으로 어려운 시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또 응시횟수를 줄이지 않으면 제 자신이 퍼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공부하려면 희생되어야 하는 것들이 꽤 많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딱 1년 안에 해치우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겁니다. 물론 사람마다 스타일에 차이는 있어요. 공부 기간을 길게 끌고 가면서도 균형 잡힌 생활을 유지해가는 분들도 있고요, 다른 건 유보해 놓고 짧은 기간 공부에 올인 하는 분들도 있죠. 저는 후자죠.”

   

하루에 몇 시간이나 공부를 했나요? 물론 시간의 퀄리티가 더 중요할 수도 있지만요...

   

빨간날은 무조건 10시간 공부를 했고요. 이런 절대적 시간의 투자도 필요하겠지만 저는 루틴이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항상 시동이 걸려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아무리 짬 내기 어려운 날이라도 잠깐이라도 책을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신 차장님이 공부하면서 얻은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확실한 건, 저는 꽂혀 있었다는 겁니다. 당구에 빠지면 천장만 봐도 당구대 생각이 난다고 하잖아요. 마치 그런 기분이었어요. 뭘 봐도 환경평가사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죠. 보고서를 쓰면서도 시험 답안지와 연관지어 생각했고요, 업무협의를 할 때도 그랬습니다. 제가 예전에 원씽을 발표도 했지만 그때는 원씽이 좀 막연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공부하면서 느꼈어요. , 원씽이 이런 것이로구나! 라고요.”

   

원씽 예찬의 말씀을 하셨는데요.

   

솔직히 저는 처음에는 원씽 운동에 대해 그리 긍정하지는 않았어요. 일도 많은데 가외로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죠. 그런데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원씽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다, 주제를 일부러 애써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자기가 정말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원씽 운동에 힘을 불어넣어주시는 최진상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환경평가사에 도전하시는데 곁에서 힘이 되셨던 분들을 꼽는다면?

   

시험을 준비할 때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멘탈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부를 하면서도 게속 의심하게 되거든요. 과연 내가 이 많은 분량의 자료들을 습득해서 붙을 수 있을 건지? 내가 익히는 이 문제가 시험에 출제될 확률은 있는 건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이럴 때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됩니다. 다행히 우리부서에는 환경평가사 분들이 많이 있어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어요. 채명우 이사님, 민병주 이사님, 조관희 부장님 등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고시온 부사장님은 마치 실전처럼 모의면접도 해주셨고, 나중에는 합격축하패도 만들어 주셨어요.

   

주변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자기가 스스로 해내야 할 몫이 크잖아요?

   

적절한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공부를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신통하네요. 신 차장님은 학교 다닐 때도 공부가 즐거우셨나 봅니다.

   

그렇지는 못했죠. 사실 부모가 공부하라고 닦달을 하면 그 효과로 어느 정도까지 성취하기는 해도 결국엔 일정한 한계를 넘어가긴 힘들지 않아요? 하지만 자기가 스스로 꼭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래서 마음이 그곳에 꽂히면 한계점 돌파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도 공부가 처음에는 막막하여 시동을 거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저는 역설적으로 시험은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대신에 소설책 보듯 하자는 마음으로 환경정책 등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하고 자료화 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분야에는 여러 기술사 제도가 있는데요, 이것과 환경평가사 제도는 어떻게 다른 겁니까?

   

“6개 분야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가 기술적 측면을 강조해 왔다면, 환경평가사 제도는 여기에 인문학적사회학적 측면이 크게 가미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테면 개발사업의 진행할 경우 환경 이슈와 관련하여 사업자와 지역주민들과의 절충안을 모색하고 중재하는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이를 수행할 전문가들, 즉 환경영향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가능한 전문가들을 배출하는 것이 바로 환경평가사 제도입니다.

   

차장님은 대기 전공이잖아요. 마침 요즈음의 환경 이슈가 미세먼지 등 대기 분야여서 이게 시험에 좀 유리하지는 않았나요?

   

환경평가사는 대기, 수질 등 다방면에서 출제되는데요. 예를 들어 환경적 이슈인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에너지 정책이 관건이 될 테고요, 결국 화석원료를 줄여 대기질을 좋아지게 한다는 얘기가 되고요, 이와 관련하여 온실가스, 기후변화 등의 이슈로도 관심영역이 확장될 수 있죠. 이렇듯 핫이슈를 중심으로 하여 연관 분야로 계속 펼쳐나가는 식으로 저는 공부했습니다.”

   

그 과정을 밟아가다 보면 자료는 점점 방대해지겠네요.

   

선배에게 얻은 자료들도 결국엔 자기 방식대로 재정리하는 게 필요했고요. 볼펜 20~30자루는 족히 닳아 없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노트북과 패드 등을 구입했습니다. 책은 들고 다니기 힘드니까 노트북으로 작업하여 자료를 클라우드에 저장했습니다.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자료를 조회할 수 있었지요. 핸드폰으로도 가능했어요. 지방출장 갈 때도 이걸 이용해서 공부했습니다.”

   

KTX를 타고 지방출장을 갈 때, 12일 출장여정에서 틈틈이 공부를 할 때, 카테고리별로 학습자료를 충실하게 담아 놓은 노트북과 패드는 훌륭한 학습도구가 돼 주었다.

   

신 차장님 글씨를 보니까 솔직히 별로이네요. 이러고도 시험에...?

   

그래도 제 글씨가 조관희 부장님 글씨보단 낫습니다. 그분 글씨를 보고는 시험에 글씨는 상관없겠구나 싶어 용기를 얻었습니다. ㅋㅋ

   

환경평가사를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를 해 주신다면?

   

저는 환경평가사 공부를 할 때 평가사가 되면 뭘 할 수 있을까?’ 상상을 많이 해봤습니다. 이미 평가사가 된 것처럼 괜히 환경평가사 사이트도 모니터링 해보고, 평가사 명부도 들쳐보면서 나도 이렇게 돼야지!’라며 다짐을 해보기도 했죠. 이러한 일종의 자기최면도 걸어봄직 합니다. 무엇보다도 절실하면 통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저도 내년부터 대기 기술사를 준비할 계획인데요, 절실함에서 부족할까봐 스스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즐겁게 하다 보니 1시간이 휙 지났네요. 이 자리에서 소개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감동적이었던 것은, 지난 41차 발표를 할 때였어요. 그날 저희 팀에서 발표사이트 화면을 컴퓨터에 띄워놓고 합격/불합격 발표하는 자리만 종이로 가려놓고 있다가 (기가 좋은) 조관희 부장님이 종이를 떼는 것으로 했어요. 딱 발표시간에 맞춰 종이를 뗐는데 눈앞에 나타난 합격이란 두 글자... 그 순간 온 팀원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환호하는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가슴 깊이 we-feeling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장면이었겠네요.

   

그럼요. 정말 선순환인 것 같아요. 여러 선배들이 진작에 이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제가 얼마나 막연해 했을까요. 우리 팀의 채 이사님, 민 이사님, 조 부장님... 그분들이 야근특근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하여 자격증을 따내는 모습을 곁에서 제가 지켜봤거든요. ‘저분들이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앞서간 분들의 뒤를 따라 제가 평가사가 되고 보니 제 뒤를 따라오는 분들도 생기고... 팀 안에서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게 신통하고 즐겁습니다.”

  

,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덧붙일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이번 기회를 통해 저는 제 삶에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사촌동생이 커피숍을 안 했더라면 그만한 공부환경이 내게 주어졌을까? 아내가 애들을 케어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친동생은 형이 공부한다니까 이런 패드도 사줬고... 우리 부서에서도 음으로 양으로 힘을 실어주는 분들이 많았고... 이렇게 건화스토리 인터뷰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진정으로 감사할 분들이, 감사할 일들이, 제 주변에 이토록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이런 경험, 제 인생에서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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