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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연구소장 김영근

프롤로그 터널이라는 공간

 

 우린 항상 터널을 이용한다. 어제 아침에도 오늘 아침에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자동차를 타고 터널을 오간다. 언젠가부터 우리 생활 속에 가깝고도 친근한 생활공간이 되었다. 이젠 습관처럼 터널을 지나면서 터널을 살핀다. 라이닝, 공동구, 타일, 조명, 갱문 등. 누군가 말하던데 직업은 어쩔 수 없다고.

 

나의 업, 터널을 논하다

 

 아직도 나는 맨 처음 가본 터널 현장을 잊을 수 없다. 칙칙하고, 습하고, 덥고, 바닥은 물투성이, 암석 덩어리 그리고 요란한 장비 소리. 책에서 보았던 이상적인 깨끗한 지하 공간은 없고 가장 현실적인 모습으로 터널은 내 앞에 선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지, 대학에서 배웠던 그 많은 지식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 난 지금까지 무엇을 배운 걸까? 마치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가 피아노 앞에 서서 건반을 이것저것 눌러보듯, 커다란 터널 막장 앞에서 터널을 하나하나 만져보면서 천천히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터널을 업으로 시작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여러 터널 현장을 다니며 보고 배우며, 문제점을 같이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한 시간들. 터널은 나를 실현하고 나를 세우는 소중한 업이 되었다. 터널 현장을 다니며 어느덧 내가 사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되어 버린 지금, 배웠던 지식과 쌓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터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터널 막장에 서서

 

하나, 터널은 또 하나의 공간이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공간이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지상의 공간들. 높은 건물과 육교 그리고 도로들. 하지만 지표 아래에는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 지하 공간, Underground Space! 지하 공간은 지상 공간과는 달리 굴착해서 만들어진 음의 공간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이 된다. 이제는 우리에게 필요한 제4의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특히 도로, 철도, 고속철도, 지하철 등의 상당 부분이 터널로 구성되어 있다.

 

터널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다

 

 터널은 어두운 공간이므로 빛이 항상 부족하다. 따라서 어둠 속에서 빛이 주는 아름다움은 어떤 구조물에 비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상당히 긴 선상 구조물인 터널 속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조명은 어둠과 조화되는 반복적인 빛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 아름다운 공간 속에 사람이 있다. 자연을 거스르는 듯하지만, 가장 자연스럽고 친환경적인 터널 기술자들의 숨결이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어둠 속을 쉽게 걸을 순 없다. 그래서 터널 속에서는 빛이 필요하게 된다. 비록 완전히 밝진 않지만 작고 소중한 불빛 속에서 터널인들의 노력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고,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또 다른 공간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각으로서의 터널

 

, 터널은 만남의 공간이다

 

 우리 삶 속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다. 사람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 등. 그 만남을 통하여 인연을 맺어 관계를 형성하고, 인생을 성장시키게 된다. 만남을 통하여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관계성을 맺고 발전하게 된다. 터널은 만남의 공간이다. 터널 속에서는 자연과의 만남이 매일매일 이루어지고 우린 그 만남을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일명 막장관찰(Face Mapping). 마치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가듯이 공학적으로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기록하게 된다.

 

터널, 만남의 공간을 형성하다

 

 터널 속에서는 각기 다른 만남이 존재한다. 먼저 터널과 터널의 만남, 굴착 터널과 개착 터널의 연결을 통하여 완성된 구조물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터널 속에서는 장비(기계)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되는 많은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하루하루 반복적인 만남을 통하여 더욱 효율적인 것들을 만들어 낸다.

 

 터널에는 자연과 기계 그리고 사람과의 만남이 있다. 그 속에서 만남을 풀어가고 해결하고 진화시키는 터널인이 있다. 자연의 리스크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일 잘하는 기계를 이용하여 자연과의 성숙한 만남을 완성함으로써, 어느덧 커다란 공간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자연, 사람 그리고 기계의 만남은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는 아름다움 그 자체인 것이다.

 

 

 

사람, 장비 그리고 자연과의 만남의 공간

 

, 터널은 소통하는 공간이다

 

 우리 삶 속에는 수많은 소통이 있다. 사람과의 소통, 자연과의 소통 등. 소통을 통하여 서로를 알게 되고, 이해하고, 더 큰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 것은 이해와 믿음이 자리하고 있어, 다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터널은 소통의 공간이다. 순간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만 한다. 터널에서 이미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로지 지금 가장 적합한 것만을 추구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자연과 끊임없는 소통이 있다. 가장 정직한 맘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소통.

 

터널,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내다

 

 터널 속에는 여러 가지 소통이 존재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연과의 소통. 막장마다 자연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암반을 살피고 지하수의 상태를 평가함으로써 가장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또한 이 자연과의 소통에는 혼자만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지하지 않고, 경험을 가진 터널인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야 한다. 서로의 기술적인 판단과 경험에 근거하여 토론하고, 현재의 조건에 가장 합리적인 대책을 제시하여 가장 이상적인 터널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가장 안정하고 멋진 터널이 만들어짐을.

 

 

 

모두가 함께하는 소통의 공간

 

, 터널은 지속가능한 길이다

 

 우리 삶 속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내가 가야 하는 길, 조직이 가고자 하는 길,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 가야만 하는 길이 있다. 길 속에서도 수많은 종류의 과정이 존재하고 그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길에 대한 선택은 오로지 나 자신의 열정과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터널은 내가 선택한 길이다. 비록 험난하고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 속에서 즐거움이 만들어짐을. 터널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내는 길이다. 비록 화려하지 않고 멋지진 않지만, 그 속에서 가치로움이 만들어짐을.

 

터널, 같이 가야하는 길

 

 어두운 터널을 걷는다. 그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걸어왔던 길. 처음 현장에서 느꼈던 일부터 현장을 다니며 터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끊임없이 소통하며 터널과의 만남을 통해 터널기술자로서 자리매김하는 이 모든 과정, 그리고 터널 속에서 환한 밝음을 본다. 터널기술자들의 작은 열정과 노력이 모여,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들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미래를 그려본다. 터널기술자들은 오늘도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간다. 자연과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또 다른 공간인 터널을 창출하고자 한다.

 

 

 

꾸준히 걸어가는 지속가능한 공간

 

에필로그 터널, 그 아름다운 공간을 위하여

 

터널, 합의 공간으로

 

 터널은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이자 또 다른 삶의 공간이다. 터널 속에서 자연과 기계,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매일매일 자연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터널인과의 합의 과정을 통하여 가장 중요한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터널은 자연을 만나게 하고, 도로와 철도를 연결해주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이자 합의 공간이다.

 

터널, 오직 한길로

 

 터널기술자의 길을 걷는다. 선택과 성장의 과정에서 아픔과 힘듦이 있었지만, 터널을 사랑하고 터널에 대한 열정을 절대 놓지 않음으로서 터널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닐까. 터널을 바라본다. 아름답고 소중한 길, 그리고 의미와 가치 있는 공간으로서 터널은 이미 우리 기술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항상 그렇듯이 과거의 터널보다 지금의 터널이 더 낫고, 현재의 공간보다 미래의 공간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터널기술자가 하나되어 노력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가슴속에 그려본다.

 

터널, 미래의 공간으로

 

 현재의 우리들의 공간은 제한되고 한정적이다. 오로지 새로운 대안은 터널이라는 지하 공간뿐이다. 터널은 자연과 소통하고, 지상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터널은 모든 기술자의 힘이 하나 되어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인간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미래의 공간으로서 터널을 꿈꿔본다. 우리 기술자들의 기술적 가치가 실현되고 인간의 꿈이 구현되는 공간. 자연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자연과 같이 공생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상상해본다.

 

 

터널, 그 아름다운 공간에 대하여

 

 

 

 

 

 

 

 

 

Posted by kh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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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용범 2018.07.24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널은 나를 실현하고
    나를 세우는 소중한 업'이라는
    김영근 전무님의 말씀이 가슴을 울립니다.
    자신이 일하는 곳을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삶터,꿈터로 인식할 정도라면
    날마다 휘파람 불며 출근할 수 있게 되겠죠.
    참 터널인이신 김 전무님, 늘 파이팅입니다!

  2. 환경과사람들 입니다 2018.07.29 2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널에 대한 김영근 소장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환경과사람들 이라는 비영리 봉사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환경이 사람을 만듭니다. 그리고 환경은 사람들이 만들어 갑니다!"
    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통 환경단체들은 대부분이 터널공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단체는 대체로 터널에 대하여 호의적인 기조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친환경적으로 설계, 시공하는 것은 조건으로 합니다
    1. 터널공사 1년전부터 모니터링 시행
    2. 경사갱 백두대간에서 500미터 이상 이격
    3. 지하수 유출 최소화를 위한 예방대책
    4. 터널공사시 배출되는 오,폐수 정화
    5. 소음,진동 최소화
    6. 야간발파 금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환경단체와 갈등의 원인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며
    소장님께 지하수 유출 문제에 대하여 정중히 여쭙고자 합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1일 1,100톤 정도가 유출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에 대한 예방 대책에 대하여 궁금합니다

    시공사에서는 알아서 다 차수공법을 이용 그라우팅을 한다고는 하나
    사실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꼭 한번 전문가의 조언을 구합니다
    02-338-3488 (사)환경과사람들 최재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