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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상을 보다 - 엔지니어의 삶에 대하여

People/건화가족

by kh2020 2018. 11. 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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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연구소 소장 김영근

 

 지난 105일 양재 aT센터에서 제1회 한국지반공학회 사진전 ‘Geo-Photos’가 열렸습니다. 한국지반공학회는 기술자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사진에 담아 서로 공감하자는 의미로 행사를 개최하였고, 100여 점의 사진작품들이 출품되었습니다. 우리회사 기술연구소 김영근 전무는 이번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기에 이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지금부터 수상소감과 사진 이야기, 그리고 사진을 통하여 본 엔지니어의 삶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들어가는 말 - 지반공학회 사진전

 

 운이 좋게도 이번 사진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업으로 선택한 엔지니어의 길, 특히 암반을 전공으로 해서 터널기술자로서의 길을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내가 선택한 업에 대한 사랑이 모든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사진에 대하여 따로 공부를 했다거나, 고가의 사진장비를 다룰 줄 하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단지 현장을 다니면서 터널 막장의 상태를 사진에 기록하고 현장주변의 지질상태를 남기고자 했을 뿐인데, 열심히 사진을 찍는 습관들이 쌓여서 나름의 자그마한 노하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의 것들이 소중하고 다가서고, 아름답게 느껴지면서 더욱 사진을 자주 찍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기능이 너무 좋아져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멋진 사진들을 쉽게 찍을 수 있기에 더욱 사진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진 것 같습니다.

 

 

1회 한국지반공학회 사진전 대상

 

사진은 빛에 대한 조화이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빛이 거의 없는 터널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터널 막장에 있는 작은 양의 빛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절하느냐가 사진의 질과 느낌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막장의 상태를 정량적으로 보고자 하는 기술적인 사진인 경우에는 가능한 많은 양의 빛이 요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빛의 상대적인 밸런스를 포커싱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어두운 면과 밝은 면(햇볕이든 조명이든)을 잘 대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대비는 전체적인 색감을 좌우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구도를 잡게 된다. 다시 말하면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얼마가 빛을 잘 조절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극대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엔지니어의 삶을 생각해 본다. 엔지니어링은 다양한 분야의 집합체로서, 이를 공학적으로 접근하여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흙과 돌을 대상으로 하는 지반공학은 이 과정에서의 상대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며, 다양한 개체에 대한 조절과 조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고, 최적화할 방법이라 생각한다. 엔지니어의 삶에서는 다양한 것에 대한 상대적인 밸런스를 포커싱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다른 분야에 비해 불확실성이 다수 내재된 지반의 특성에 대한 공학적 접근방법은 단순히 정량적인 양의 문제가 대상에 대한 기술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엔지니어의 삶은 '일에 대한 조화'이다.

 

사진은 뷰의 균형이다

 

 사진은 어느 대상을 바라보면서 일정한 각도나 크기로 이를 표현하는 작업이다. 즉 바라봄, (View)를 통한 자기 세계의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뷰에 대한 조화로움인데, 이는 비율로서 나타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사진 속의 주요 대상을 전체적인 구도 속에 어디에 위치할 것인지를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가운데 둘 것인지, 좌우, 상하의 비율을 적절하게 구분하고 이를 배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직사각형의 사진 속에 일정한 비율로 상하좌우를 나누고 중심 피사체를 위치하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배치로부터 전반적인 구도를 형성하게 되고, 조화로운 뷰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뷰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하여 만들어지게 되는데, 단순한 비율에 집착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가지면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만족하는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부터 엔지니어의 삶을 고민해 본다. 엔지니어링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종합적 결합체에 대하여 이를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반공학은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를 합리성을 가지고 서로 조합하는 것이므로 실용적인 접근방법이 중요하다.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한 현장과의 일치를 꾸준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복잡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엔지니어의 삶에서는 복잡한 현상을 객관적인 뷰로 접근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제한된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한 결과는 항상 다른 결론이나 잘못된 접근방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엔지니어의 삶은 '일에 대한 균형'이다.

 

사진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진 찍을 대상에 대한 애착이 필요하다. 좋아하지 않는 대상에 대하여 과연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찍고자 하는 대상에 대하여 평소 관심이 많고,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따라야지만 비로써 좋은 사진이 남겨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그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과 장소에 따른 변화와 그 특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야만 한다. 또한 일상 속에서도, 주변 속에서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터널현장을 들어설 때마다 현장의 문제를 찾고자 하는 기술자인 관점과 좋은 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작가적 관점이 공존하게 된다.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얼마가 내가 그 대상을 애정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이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엔지니어링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우리 일에 대한 애정이나 열정이 없다면 과연 진정한 엔지니어링의 삶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 일은 흙과 돌을 대상으로 하는 어려운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쌓이고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참으로 매력이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엔지니어로서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어 나가고,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쌓아 간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엔지니어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우리 일의 기본은 바로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자기 일에 정성을 다하면 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의 삶은 '현장에 대한 애정'이다.

 

사진은 대상을 대하는 자세이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좋은 각도와 방향 그리고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이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라면 귀차니즘을 버리고,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움직이며 다가서고 그리고 찍어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끔 묻곤 한다. 언제 그런 멋진 사진을 찍었냐고. 사진은 찍고자 하는 마음과 이를 얻어내고자 하는 자세만 있다면 마음에 드는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고, 멋진 장면을 생각하고, 뷰를 결정하고, 과감하게 움직여서 그 순간의 빛의 향연을 담아내는 순간은 가장 즐거운 일 중의 하나가 됨은 물론이다. 내가 지금 있는 현재의 공간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변화하는 모든 것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그 자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에 대한 자세는 우리 업에 있어서 반드시 요구되는 중요한 항목이다. 엔지니어로서 내가 지금 하고 일, 내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그리고 내가 지금 겪고 있는 현장의 모든 것들에 대하여 일을 잘 해결하고, 일을 무난하게 잘 마무리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야말로 우리 엔지니어의 삶을 보다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작금에 있어 우리 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아지고 주변에 많이들 힘들어하는 과정을 보게 된다. 같은 엔지니어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우리일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을 대하는 정성스러운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로부터 엔지니어링의 삶은 보다 넓어지고 깊어지는 과정을 통해 더욱더 빛나게 될 것이다.

 

엔지니어의 삶은 '자연에 대한 자세'이다.

 

에필로그 - 사진, 엔지니어의 삶을 보다

 

 지금까지 사진을 통하여 본 엔지니어의 삶은 기술자적 관점과 작가로서의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단지 사진을 좋아하고 찍는 간단한 의미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엔지니어의 삶에 대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사진을 찍는 일 그 자체가 작금의 복잡하고도 어지러운 우리 현실에서 엔지니어로서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실천행동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자기 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사진을 찍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결국 엔지니어의 길이 형성되고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가야 할 길, 어렵고 험난하지만 이겨내고 넘어서야 하는 엔지니어의 길 말입니다. 아마도 힘들고 고난 하여왔지만, 이 길을 잘 선택했고 잘 해왔다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우리 모두가 함께 같이 가는 미래의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엔지니어로서 걸어왔던 길속에서 내가 찍었던 그리고 남겨왔던 많은 사진들을 내려다봅니다. 어려웠지만 즐겁게 달려왔던 길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오직 한길을 걸으면서, 현장 속에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 같이 걸어왔던 그 길을 그려봅니다. 엔지니어로서의 걸어왔던 길이 소중하고 가치로왔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길이 계속 같이 가는 길을 명심하면서 오늘도 어느 현장에서 주변의 것들과 함께하면서,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봅니다.

 

터널기술자의 길 - 같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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